2025년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가 제안한 '노동자 이익균점권'이 새로운 사회적 논의의 물꼬를 트고 있습니다. 이익균점권은 단순한 복지 정책이 아닌, 시장에서 발생하는 1차 분배 과정에서 노동자가 기업 이익에 대해 일정한 권리를 갖는다는 헌법적 원칙입니다.
그러나 이 권리는 1948년 제헌헌법에서 도입되었지만, 결국 한 번도 실현되지 못한 채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삭제되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이익균점권의 개념, 역사적 배경과 삭제 경과, 그리고 해외의 유사 제도 사례를 통해 이 제도의 가능성과 함의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노동자 이익균점권이란?
노동자 이익균점권은 노동자가 기업의 이익 분배에 참여할 권리를 의미합니다. 이는 임금 외의 보상, 즉 기업이 얻은 순이익 중 일부를 노동자에게 분배하여, 생산에 기여한 만큼 정당한 몫을 보장받도록 하자는 취지입니다.
1948년 제정된 대한민국 제헌헌법 제18조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서는 근로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를 가진다.”
이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 등과 더불어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헌법적 장치였으나, 실제 법률로 구현되지 않았고, 기업 현장에서 실행되지도 못했습니다.
이익균점권이 사라진 이유: 제정부터 삭제까지
제헌헌법에 명시된 이 조항은 당시 재건기 상황에서 진보적 의제 중 하나로 평가받았지만, 현실 정치에서는 이행되지 못했습니다.
핵심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입법 부재: 이익균점권을 구체화할 이행 법률이 제정되지 않았습니다. 특히, 일제 귀속재산을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를 둘러싼 갈등 속에서, 해당 권리를 제도화하려던 시도는 무산됐습니다.
-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이승만 대통령은 관련 법률 제정에 거부권을 행사했습니다.
- 1961년 5·16 군사 쿠데타 이후 보수적 헌법 개정: 쿠데타로 집권한 군사정부는 경제 개발에 집중하며 노동 관련 헌법 조항을 대폭 축소했습니다. 결국 1962년 제5차 개헌에서 제18조는 삭제되어, 이익균점권은 헌법에서 사라졌습니다.
해외의 제도화 사례
노동자에게 기업 이익을 분배하는 제도는 일부 선진국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도입되어 실질적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 프랑스 – 법적 이익 공유 제도
- 1959년 이후 50인 이상 기업은 이익 공유를 법적으로 의무화.
- 약 900만 명의 노동자가 이 제도의 혜택을 받음.
- 제도 명칭: participation, intéressement.
▪️ 스페인 – 몬드라곤 협동조합
- 노동자가 기업의 소유권과 경영에 참여.
- 기업 이익을 공동 분배.
- 세계 최대 규모의 협동조합으로 지속 가능성과 민주적 경영에서 주목.
▪️ 영국 – 직원 소유 신탁 (EOT)
- 2014년부터 직원이 기업의 소유권을 공유할 수 있는 법적 신탁 제도 도입.
- 세제 혜택 제공으로 확산 유도.
▪️ 미국 – ESOP (직원 주식 소유 계획)
- 직원이 회사의 주식을 소유하도록 지원하는 Employee Stock Ownership Plan.
- 근로자 동기 부여와 생산성 향상에 기여.
노동자 이익균점권은 단순한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노동의 기여와 기업 이익 간의 정당한 관계를 재정립하려는 시도입니다. 제헌헌법에서 선언된 이 권리는 당시의 정치적, 사회적 제약으로 인해 구현되지 못했고, 군사정권하에서 헌법에서 사라졌습니다.
그러나 지금, 대전환의 시대에 다시 논의되는 이 권리는 경제 민주주의 실현과 지속가능한 성장의 핵심 요소로 주목받을 수 있습니다.
해외의 다양한 제도화 사례는 이익균점이 단지 이상적인 구호가 아니라, 실제로 구현 가능한 정책임을 보여줍니다.
대한민국에서도 이제, 헌법 속에서 잠든 권리를 다시 꺼내어 실질적인 제도 설계로 이어질지 주목해 볼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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